역시 재방문이라는 건 참 좋은 것이다.
전국의 온천과 사우나를 돌아다니다 보면 죽기 전에 한 번만 더 올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싶은 시설이 몇 곳 있다. 오사카 사우나 DESSE도 그중 하나다. 그런 곳에 다시 돌아왔을 때의 기쁨은 동경하던 시설을 처음 찾았을 때보다 더 크다.
효고현 미키시에서 단숨에 차를 몰아 오사카 신사이바시까지 왔다. 먼저 묵을 호텔에 체크인을 마치고 잠시 쉰 다음 드디어 오사카 사우나 DESSE를 다시 찾을 시간이 왔다. 남다른 의욕으로 신사이바시의 북적이는 상점가를 빠져나와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 도시의 소음 한가운데 더없는 고요가 숨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접수대에서 2시간 코스를 신청하고 대욕장으로 향한다. 첫 방문 때처럼 “어디에 뭐가 있지” 하며 두리번두리번 시설을 살필 필요가 없다. 이제 모든 동선이 머릿속에 들어 있다. 입장 후 절차, 시설 규칙, 대욕장의 위치 관계. 이 모든 걸 파악하고 있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덜고 매끄러운 흐름으로 체험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첫 방문 때는 아무래도 긴장되고 설비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익혀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도 최고라고 느꼈으니 두 번째 방문에서 첫 번째보다 깊은 체험을 하게 되리라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다.
들뜬 마음을 누르고 우선 몸부터 씻는다. 그리고 향하는 곳은 메인인 강 사우나다. 여기 왔다면 무엇보다 먼저 이 사우나에 들어가야 한다. 유리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사우나실 안으로 냉탕이 들어와 있어서 사우나실에서 곧바로 냉탕에 들어가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일본에서도 유일무이한 구조다. 실내 온도는 약 80℃ 정도. 은근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몸속 깊은 곳까지 열기가 스며든다. 다른 손님들도 설레는 표정으로 땀을 흘리다가 냉탕이라는 이름의 출구로 빨려 들어간다. 몇 분 뒤 한계에 다다른 나도 땀을 씻어내고 냉탕에 뛰어들었다. 수온은 16℃ 안팎. 너무 차갑지 않은 부드러운 물이 달아오른 몸을 포근히 감싼다. 냉탕에 몸을 담근 채 바깥세상으로 나아간다. 이 쾌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휴식 공간의 의자에 앉자 첫 세트부터 깊은 토토노우가 찾아온다. 주위를 둘러보니 휴식용 의자에는 완전히 넋이 나간 남자들만 줄지어 있었다.
휴식 공간에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 두 번째 세트는 정원 사우나를 즐기기로 했다.
지난번 방문 때 유일하게 체험하지 못한 사우나다. 들어가 보니 반갑게도 나 혼자였다. 사우나실 한가운데 스토브를 둘러싸듯 아름답게 디자인된 벤치가 놓여 있다. 쓰인 목재도 하얗게 칠해져 있어 밝은 분위기가 감돈다. 게다가 아로마 향을 얼린 아이스큐겔을 스토브에 올려 로우류를 즐길 수도 있다. 얼음이 스토브의 열에 녹으면서 좋은 향을 머금은 증기가 서서히 퍼져 나가는 게 느껴진다. 공간의 아름다움도 열기도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타입의 사우나다.
그 뒤 냉탕에서 몸을 식히고 나서는 다시 휴식 공간에서 멍한 상태에 빠진다. 오사카 사우나 DESSE에서 철저하게 토토노우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말없이 입욕하는 묵욕을 규칙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말소리 같은 데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조용한 공간에서 묵묵히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사우나실에도 휴식 공간에도 이용객은 있지만 고요에 감싸여 있다는 점이 깊은 토토노우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세 번째 세트는 다시 강 사우나에 들어간다. 역시 사우나실에서 냉탕을 거쳐 밖으로 나가는 체험은 중독성이 있다. 몇 번이고 맛보고 싶어진다. 사우나실에 들어가니 마침 내가 정원 사우나를 즐기는 사이에 aufguss가 진행됐던 모양인지 증기와 아로마 향이 감돌고 있다. 남은 향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사람이 줄어든 지금이 더 쾌적할지도 모른다. 아니, 쾌적하다. 일부러 aufguss가 끝난 뒤에 느긋하게 열기와 향을 즐기는 것이 나만의 방식이다.
자, 기분 같아서는 이대로 10세트쯤 하고 싶다. 하지만 내 몸으로는 3~5세트 사이에서 마무리하는 게 가장 기분 좋다. 배는 80%만 채우라는 말이 있듯 사우나도 살짝 아쉬울 때 끝내는 것이 최고의 여운을 남기는 비결이다.
마지막 세트는 어느 사우나로 마무리할까. 고민 끝에 다실 사우나를 골랐다. 다다미를 깐 다실을 모티브로 한 사우나다. 들어가자마자 자동 로우류가 시작되어 구수한 향이 풍겨 왔다. 다다미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눈을 감고 천천히 몸을 데웠다. 일본풍 공간이 주는 안도감 속에서 오늘 하루의 일들이 천천히 소화되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토록 바라던 오사카 사우나 DESSE에서의 사우나는 이것으로 끝이다.


사우나 뒤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맛있는 식사 시간이다.
이날은 음식점과의 만남도 완벽했다.
오사카 사우나 DESSE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Kusaka Curry라는 카레 맛집이 있는데 문 닫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카레는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 본 카레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맛있었고, 최고의 사우나 뒤에 최고의 카레를 맛볼 수 있었다. 이제 아무 미련 없이 곯아떨어질 수 있겠다.
내일은 아침부터 천연 온천 노베하노유 쓰루하시에라도 들러 볼까. 그런 다음 여정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밤의 신사이바시를 걸어 호텔로 돌아왔다.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