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눈치 보기는 필요 없다.
여행을 거듭해온 내가, 온갖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이다. 여행의 첫머리에 최고의 장소로 간다. 먹고 싶은 것을 제일 먼저 먹는다.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찾아간다. 자신의 욕망을 최우선으로 하고, 충동적으로 움직이며, 쓸데없는 계산은 일절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왔더니 여행도 일상도 훨씬 재미있어진 것 같다. 이번 여행의 출발지로 사우나 시키지를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야마나시·나가노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는 여행의 첫걸음을, 사우나의 성지에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은 아침 5시에 눈이 떠졌다. 졸리겠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온몸이 전력으로 움직였다. 사우나 시키지의 천연수가 뇌리에 떠오르자, 수면욕 같은 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채비를 마치고 6시대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차를 쓰지 않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운전에 의식을 빼앗기면, 도중의 풍경도 이동의 설렘도 즐길 수 없다. 버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저 목적지만을 생각했다. 니시아카시역까지 이동한 뒤, 거기서 신칸센으로 갈아탔다.
11시가 되기 전에 시즈오카역에 도착해 즉시 택시에 올라탔다. "사우나 시키지까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운전기사가 씩 웃었다. 아마 매일같이 사우나 애호가들을 태우고 있을 것이다. 장시간 이동으로 몸의 피로는 분명 쌓여 있었다. 하지만 피로보다 갈망이 훨씬 컸다. 저 명수에 온몸을 담그고 싶다. 저 맛있는 물을 마시고 싶다. 그 욕망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로 시설 앞에 섰다.
지난번 방문은 2025년 9월이었지만, "또 이곳에 올 수 있었다"는 기쁨이 차오른다. 시설에 발을 들이자마자 약초 향이 풍겨왔다. 이 향기가 또 나를 사우나 시키지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평일 오전이라 대욕장에 사람이 적다. 열 명 정도일까. 이건 행운이다. 지난번엔 주말에 방문해서 혼잡을 피할 수 없었지만, 오늘은 여유롭게 사우나와 수냉욕을 즐길 수 있겠다. 수냉욕에는 천연수가 콸콸 흘러들어오고 있다. 이 광경만 봐도 오길 잘했다는 실감이 든다.
1세트는 핀란드 사우나를 선택했다. 온도계는 115℃를 가리키고 있다. 아랫단에 앉아도 꽤 뜨겁다. 드라이 사우나에서 이 온도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그런데 문득 보니, 옆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어떤 종목에서 매우 유명한 운동선수다.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그 세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사우나 안에서는, 유명 운동선수인 그도 평범한 나도 입장이 전혀 같다. 모두가 땀을 흘리고, 모두가 더위를 견디며, 모두가 수냉욕을 향해 나아간다. 사우나 안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이것이 사우나의 멋진 점이 아닐까. 그 역시 자신이 누구인지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그저 사우나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충분히 몸을 달군 뒤 수냉욕으로 향했다. 지하에서 퍼올린 천연수가 아낌없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몸을 담근 순간, 감싸이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수돗물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움과 청량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스멀스멀 상쾌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다. 흘러드는 물에 손을 뻗어 꿀꺽 들이켰다. 달콤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맛있다. 몸의 바깥과 안쪽 양면에서 천연수의 혜택을 받으며 더없이 기분이 좋다. 휴식 의자로 이동하자, 1세트만에 의식이 날아갈 것 같았다.
한동안 멍한 상태에 빠져 있다가 회복이 되어 2세트를 시작했다. 1세트와 마찬가지로 핀란드 사우나에 들어가, 이번엔 윗단으로 올라갔다. 한 단 올라가는 것만으로 체감 온도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115℃의 열기가 머리를 직접 달군다. 쓸데없는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은 감각이다. 이것 또한 사우나의 매력이다. 다시 극상의 수냉욕으로 뛰어들었다.
3세트는 명물인 약초 스팀 사우나에 도전하기로 했다. 들어가는 순간, 머리가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맹렬한 증기에 휩싸여 전의를 상실했다. 어떻게든 벤치에 앉으려 했지만, 즉시 한계를 맞이하고 물러났다. 강렬한 더위를 견디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면서 핀란드 사우나로 이동해 몸을 추스렸다. 그리고 다시 수냉욕으로 뛰어들었다. 흘러드는 천연수에 손을 뻗어 실컷 마셨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달콤함마저 느껴지는 물이 목구멍 깊숙이 단번에 흘러든다. 몸의 모든 것이 이 물로 가득 채워지는 감각이다. 휴식 의자에 쓰러지듯 앉자, 어느새 의식이 날아가 있었다.
4세트(마지막 세트)도 핀란드 사우나로 마무리했다. 영원히 사우나와 수냉욕을 반복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만, 가장 기분 좋은 타이밍에 끝내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3~5세트 어딘가에서, 내면으로부터 '좋아, 됐다'는 신호가 온다. 그 신호에 따라 그 시설에서의 사우나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다. 한계까지 몸을 달구고, 빨려 들어가듯 수냉욕에 몸을 담근다. 극상의 천연수가 온몸을 천천히 식혀나간다. 돌이켜보면, 오늘 4세트 동안 몸의 바깥에서도 안에서도 이 명수를 흠뻑 흡수했다. 이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다.